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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수공업/커미션

아젬에메 01

by 따이얏 2024. 7. 10.

- 글 커미션 백업본 (로또님S2) 
 
 
진짜 이름으로 부르고, 불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할까.
 
친우와 서로 얼마나 수많은 이름을 주고받았는지, 그 횟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언제 어느 날이었다. 늘 그렇듯 평화롭고 고요한 아모로트였다. 별과 등불 때문인지, 마음이 흔들린 건지도 모르던 그런 날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아주 가끔 변덕스러울 때가 있었다. 하데스도 아주 예외는 아니었다.
 
혼자 담아둔 문제에 어떠한 감정이 들어오면 넘치기 마련이라, 문득 옆의 사람에게 물음을 구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데스가 기억하기론,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담아둔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바로 곁에 함께 하는 친우에 관한 것이었다.
 
친우는 하데스가 부른 단 한 마디에 모든 불빛을 등지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하데스는 그 순간을 그리 생각했다. 빛과 같은 머리카락과 따뜻한 표정을 지닌 그 친우의 모습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하데스가 던진 말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친우가 맞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친우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친우라고. 동의인지, 그저 물음에 대한 답변인지 모호하게.
 
이 대답을 듣고, 하데스는 긴 침묵에 빠졌다. 친우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장난스러운 농담을 하려다가도 하데스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하데스는 그 미소를 글로 옮긴다면 '그 녀석다운 웃음'이라고 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친우가 자신과 같지 않다는 사실에서 오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인가. 아니, 어쩌면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하데스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그것을 털어놓지 않았다. 애초 그런 성격이 되지 못했다.
 
왜 친우를 마음에 담아두었냐고 묻는다면, 하데스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오직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름은…….
 


***
 
이런저런 생각들이 문득 들곤 한다. 돌이켜보면 꽤 지난 시간의 일들이 갑작스레 현재에 엉겨 붙곤 한다.
 
평소와 같이 일에 집중하고 있어도 가끔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그 표정이 마음속에 맴돌 때가 있다. 바로 지금, 에메트셀크가 그런 상태였다.
 
친우와 에메트셀크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겹겹이 층을 쌓아 올린 덕에 더욱더 맛있어진 과자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입만 베어먹으면 과자의 훌륭한 모양새와 맛이 변질될 게 뻔하니, 이대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쩐지 우스워서 남에게 말할 거리도 되지 못했다. 문득 의식을 떠올려 보니, 두 사람이 지금이란 시간까지 함께 닿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던가. 어쩐지 감상적이었다. 그렇다고 기억을 추억하는 것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달랐다. 하지만 부정적인 성질은 아니었다. 에메트셀크는 검지로 미간을 문질렀다. 진지하게 곱씹어 보는 것에 가까웠다.
 
늘 그가 이 시간 부근에 오기 때문에 몸이 기억하는 습관이 아닐지 싶었다. 이것도 돌연 의식된 사실이었다. ‘이런 관계’가 너무나 오래 지속되었지 않았나 하고.
 
[하데스, 우리 관계는…….]
 
왜 묻어둔 기억이 사슬처럼 현재에 나타났을까. 어째서일까.
 
평소 그를 부를 때의 리듬이 지금 책상을 두드리고 있는 손가락의 리듬과 일치하고 있었으나, 에메트셀크는 그런 사소한 것에 집중할 상태가 아니었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한 게 아니었다. 머릿속이, 어쩌면 마음이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상하게도 피곤했다. 생각이 계속 다른 쪽으로 흩어져 버리는 탓이었다. 결국 에메트셀크는 손가락 놀림을 멈추었다. 손에 일이 도저히 잡히지도 않았다. 성실한 그에게 있어선 드문 일이었으며, (에메트셀크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겠으나) 뛰어난 그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하데스.”
 
특유의 커다란 그림자가 은근히 모습을 드러냈다. 에메트셀크는 그의 걸음걸이와 로브가 자락 거리는 소리를 즉시 알아차렸다. 특히 그 걸음 소리는 그의 몸집에 비해 부드럽고 점잖았으며, 마치 바람처럼 가볍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자신만의 색으로 뒤덮는 사람이었다. 타일 바닥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도 그의 존재감으로 가득 찼다. 심지어 그림자조차도 그의 영향을 받아 주변을 잠식하는 듯했다.
 
바로 아젬이었다. 에메트셀크와 휘틀로다이우스의 오랜 친구이자, 함께 이 별을 지키는 14인 위원회의 일원인 아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아젬이야말로 에메트셀크 자신을 괴롭히는 현 상황의 원인 제공자였다. 물론 아젬 자신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에메트셀크는 이러한 사실을 아젬에게 알릴 생각도 없었다.
 
“벌써 책상이 깨끗하네? 날 기다린 거야?”
“네 착각일 뿐이다. 오늘은 일이 수월하게 처리된 거지. 누가 사고를 치지 않은 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가-? 일단 해가 졌어, 하데스. 어쨌든 오늘 일은 끝이야. 어때?”
 
아젬이 함께 나가자는 말에 농을 묻혀 던지자, 에메트셀크는 작은 핀잔을 던졌다
 
“별에 대한 일들이 단 하루아침으로 끝나는 건 아니잖나.”
“성실하네.”
 
아젬이 책상 앞에서 우뚝 섰다.
 
“하데스,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생각할 거리가 있었을 뿐이다.”
“별의 일 때문이야? 위원회 안건 때문에? 일은 언제나 있어. 내일이 있으니, 내일을 고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아젬이 부드럽게 웃었다가 이내 웃음이 멈췄다. 원인은 에메트셀크에게 있었다. 평소라면 아젬의 웃음 섞인 농담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을 에메트셀크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아.’ 하는 추임새만 넣고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젬을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아젬은 그런 에메트셀크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모를 리가 없다. 함께한 세월, 함께 나눈 대화, 시간이 얼마나 되는데 과연 모를 리가 있을까.
 
언제부턴가 둘은 서로의 옆에 있었다. 아젬이 아모로트에 머물고, 자신은 그런 아젬이 머무는 도시에서 별을 위해 일한다. 아젬은 그런 에메트셀크와 함께 밤의 도시를 종종 걷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수없이 이어졌다. 둘에게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이름으로 부르고, 불리는 것처럼. 녀석은 늘 한결같았고, 둘의 관계는 변한 게 없었다. 남들에게 있어 휘틀로다이우스와 함께 정말 사이가 좋은 친구 사이로 고정된 지도 아주 오래되었다. 에메트셀크는 알고 있었다. 별의 바다로 돌아갈 그날까지도 이 관계는 변함없을 거라고.
 
그래, 변한 건 없다.
 
“아젬.”
 
그런 날이 있다. 참 이상한 날이. 저번에 봤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오늘은 잘되지 않는 그런 날이. 이름 하나 부르기가 어색한 그런 날이…….
 
아젬이 고개를 기울자, 에메트셀크도 따라 고개를 기울였다. 이젠 아젬이 반대편으로 고개를 기울면 에메트셀크의 눈이 그를 따라갔다.
 
“장난치지 마.”
“하데스, 무슨 일 있으면 내게 말해줘. 부탁이니까.”
 
아젬이 에메트셀크에게 다가왔다. 누가 봐도 에메트셀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단지 친우로서? 아니면 함께 별을 지키는 동료로서?
 
에메트셀크는 직설적으로 뱉기보다 가까이 다가온 아젬의 몸에 머리를 살며시 기댔을 뿐이다. 그러면 아젬의 커다란 손이 자연스레 자신을 감싸는 게 나쁘진 않았다. 그래, 나쁘진 않았다. 아주 조심스러운 이 손길이 에메트셀크의 뒷덜미에 묻은 머리카락과 귀를 맴돌고, 이제는 얼굴에 다가왔다.
 
“말해줄 수 있어?”
“글쎄…….”
 
에메트셀크는 본능적으로 아젬의 허리로 손을 옮겼지만, 곧 그의 팔이 주저하는 듯 멈췄다. 그 순간 아젬이 에메트셀크의 손을 자신에게로 부드럽게 이끌었다. 에메트셀크는 그대로 손을 두었고, 서로 자연스레 껴안은 채로 있었다. 그들은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의 즐거움이 아니었다.
 
에메트셀크는 끊임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고, 아젬은 그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기다림은 같은 방식으로 서로에게 전달되고 공유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다. 어이가 없지만 정말 갑자기 떠올라서, 스스로도 어이가 없던 참이었지. 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되짚어 보고 있었어.”
 
에메트셀크란 가면을 벗은 하데스가 말했다. 현재 하데스의 가면은 아젬의 품이었기에 그의 진짜 얼굴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아젬은 구태여 하데스의 가면을 억지로 벗기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아젬은 그런 녀석이었다.
 
“아아, 그런 거야. 네 녀석은… 날 피곤하게 한다고. 휘틀로다이우스와는 다른 방식이지. 휘틀로다이우스 녀석이 날 놀리는 데 최적화 되어있다면 너란 녀석은 좀 다른 방식이야. 난 그런 녀석들과 친구인 셈이지.”
 
여전히 둘의 시선이 교차하는 일은 없었다. 에메트셀크는 나무를 안듯이 아젬을 끌어안고 있기만 했다. 몇 번의 작은 숨소리, 어찌 들으면 과장돼 보이는 숨소리가 끝이 났다. 그러다 갑자기 본론이 나왔다.
 
“변하지 않는 게 좋아, 페르세우스?”
 
하데스의 머리카락들이 아젬의 로브에 붙었다. 코도, 입도, 감고 있는 눈도. 하데스가 가진 모든 것들이었다.
 
“현상 유지 말이야. 계속 모르는 척, 계속 우리는 절친한 ‘친구’인 셈이지. 네가 바라던 대로 말이야.”
“하데스.”
“아무 말 하지 마. 변명도 하지 마. 그저 이대로 있어. 스스로도 참 구차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됐다니까.”
“아니, 좀 들어 봐. 하-데-스. 얼굴 보면서 대화해. 응?”
“됐-어. 이 내가 지금 네 녀석에게 어리광 따위를 부리고 있는 걸 감사하게 여-"
 
페르세우스가 하데스의 몸을 떼어내려 해도, 하데스 역시 이 별에 선택받은 자답게 제법 근력이 높은 청년이었다. 없을 리가 없었다. 결국 이 둘은 가볍게 몸이 여러 번 부딪치고 말았는데, 이 과정에서 페르세우스가 하데스를 간지럽히기도 했다. 하데스가 벌떡 일어나자, 페르세우스는 다시 그를 자리에 앉히고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말 좀 들어줘, 하데스. 아무리 내가 좋아서 그렇게 껴안고 싶어도 말이야. 오랜만에 포옹하니까 좋긴 좋네. 그렇지?”
“너!”
“하데스의 마음은 알겠어. 아마도 하데스가 우리 관계를 물었던 날 때문에 이러는 거지?”
“그런 눈치가 있으면서 왜 여-”
 
하데스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페르세우스의 그다음 말 때문에.
 
“난 널 좋아하고 있어, 하데스.”
 
하데스의 눈썹이 무심코 치솟았다. 페르세우스의 눈빛은 그 어떤 거짓도 품고 있지 않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 아젬의 좌에 앉은 자들은 왜 이토록 순수하고 투명한 눈을 지닌 것인지, 하데스는 무의식적으로 아젬의 얼굴을 어루만질 뻔했다. 그런 감정을 숨기기 위해 그는 의도적으로 무표정한 얼굴을 연기했다. 그렇다 해도 그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찌푸려져 있었다. 하데스가 그럴수록 페르세우스는 오히려 빙긋이 미소를 피었다. 하데스의 손이 너무나도 간단히 페르세우스의 손안에 들어갔다. 두툼하고 따뜻하고, 이내는 안도할 수 있는 그런 체온이었다.
 
“거짓이 아니야. 친구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물론 하데스 개인이란 뜻이야.”
“네 녀석은 우리 사이를 그저 친구로 정의 내렸어. 난 그렇게 말하는 널 존중했지. 그래, 그 잘난 친구니까. 물론 바로 받아들이긴 아무리 나라도 어려웠던 문제야. 그런데, 이제서야, 이제서야-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던 참이었- 아니지, 난 그렇게 쭉 알고 지냈다. 우린 단순한 친구일 뿐이었다고 말이야. 몇 번이나 되새겼는지 네 녀석이 알기나 해? 모를 거라고 걸고 싶군.”
 
하데스가 화를 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말하는 내내 그는 표정이 묘하게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마음, 그리고 감정을 절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게 주는 척하지 마. 동정이라면 사절이니까 말이다.”
 
당황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데스의 말을 듣던 페르세우스가 말했다. 한 손을 잡았던 한 손이 이제는 두 손이 되어 한 손을 잡았다. 아주 정중하고, 부드러웠다.
 
“하데스, 정말 모르겠어?”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
 
페르세우스가 말했다.
 
“나도 너와 같단 뜻이야. 이렇게 털어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대체 왜-”
 
하데스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젬, 아니 페르세우스는 쓸데없이 과한 배려심을 남발할 때가 있었고, 그게 적절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하데스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친우에 관한 문제라면 무엇이든 다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었기에 현재라는 시간 역시 그와 함께 보내고 있다. 하데스는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분명 환한 조명이 있는데도 어둡고, 조용하고, 그럼에도 오직 한 사람이 있기에 따뜻한 이 공간에서.
 
관계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실체가 있는 관계를 완성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리 하데스여도 자신과 친우의 향상된 관계가 반드시 성립될 거라고 자신만만해했던 건 아니다.
 
그렇다면 감정이란 결국 나 자신이 아닐까. 나는 분명 이 자리에 존재하지만, 이 녀석이 있기에 지금의 하데스이며, 이 녀석 또한 내가 있기에 지금의 그 녀석이 된 거라고. 그리하여 서로에게 있어 타자에 불과한 우리는 같은 마음을 품고 관계를 통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친우가 자신의 시야 속에 담긴 것만으로도 하데스는 마음이 풀어졌다.
 
감정엔 물리적인 차원이 필요 없다지만, 이렇게 나와 너라는 사람을 인정하게 되는 이유는 그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페르세우스는 하데스의 외로움을 다른 형태의 것으로 번식하게 해줄 이였다.
 
이내 하데스는 입을 다물었고, 페르세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내 페르세우스의 손이 하데스의 얼굴 윤곽선을 따라 밑으로 내려왔고 마지막은 입술이었다. 이때 하데스의 눈빛에는 연정만이 가득 담긴 게 아니었다. 애초 그럴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을 뿐이다.
 
평소라면 경쾌하게 하데스와 접촉했을 페르세우스조차도 이때만큼은 다른 방식으로 하데스를 탐하고 있었다. 하데스의 입술 사이로 페르세우스의 엄지손가락이 살짝 스며들었는데, 하데스는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거기까지였다.
 
이렇듯 그들이 가진 감정은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가고자 하는 게 있었다. 아주 오래 살기에, 시간이 아주 많기에 여유를 부렸던 걸지도 모른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사람을 안고 취하고 싶은데도.
 
“우리 관계 말이야, 하데스.”
“됐으니 그만해. 네 녀석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으니까. 이제는 알겠어. 아주 잘.”
 
페르세우스의 손은 하데스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은 하데스는 그의 감촉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려는 듯했다. 에테르가 전해진 건 아니었다. 그저 페르세우스라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는 자였다.
 
혼의 색이 특이하고, 성격도 특이하고, 얄밉고, 그리고 함께 별을 지키는 14인 위원회의 동료이자, 친우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로는…….
 
“하데스, 이제 우리 화해한 거지?”
“싸우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화해의 입맞춤은 어때?”
 
하데스는 이제 선 채로 페르세우스에게 안겨있었다. 하데스가 그를 올려보자, 페르세우스는 항상 그렇듯 특유의 미소로 응축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너무나도 쉽게 해결한다. 자신이 어렵게 생각하고, 깊이 생각한 걸 이렇게나 간단히. 그래서 아젬인 걸까. 하지만 절대 지금 생각을 입 밖에 내지 말자고 하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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